[이론저론] 병든 부모님, 요양원에 모시면 불효인가요?

[이론저론] 병든 부모님, 요양원에 모시면 불효인가요? 부모님 안 모시면 이기적인 걸까요? 글 : 이윤서

카카오채널 등록완료 ?

내역 확인

조선시대 이전부터 '효'는 한국인에게 늘 강조되던 기본 질서다. 아침엔 부모님께 문안인사를 올리고, 저녁엔 잠자리를 봐드리는 게 자식된 도리라고 여겼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 접어들면서 100세 시대가 열렸고, 병든 상태로 노년기를 보내는 인구가 늘어났다. 문제는 농경사회와는 달리 대가족은 줄어들고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노년기에 접어든 인구를 돌볼 사람들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부모님을 모시고 싶어 하는 사람들과 어쩔 수 없이 시설에서 모셔야 한다는 사람들 사이에 의견 차이가 불거졌다. 한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A씨도 남편과 부모님을 모시는 문제를 두고 의견 충돌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결혼한 지 8개월 된 A씨는 결혼해서 같이 사는 이 짧은 시간 동안 본인의 가치관과 다르면 항상 틀리다고 주장하는 남편과 싸우는 일이 참 많았다고 회상했다. A씨와 남편 모두 딸 둘에 막내아들인 3남매이고, 서로 가치관이 너무 달라 부딪히는 일이 잦았던 그들은 최근 부모님 모시는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었다고 전했다.

얼마 전 남편의 친구와 그의 여자친구를 만나 이야기꽃을 피우던 도중 남편 친구가 자신의 친누나가 10년째 연애 중이지만 결혼하지 않는 이유를 털어놨다고 한다. 누나 남자친구의 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의식만 있는 상태라 그 남자친구가 병수발을 들고 있는 상황이었던 것. 만약 결혼하면 누나는 결혼하자마자 예비 시어머니의 병수발을 들어야 할 수도 있다는 우려 탓에 협의하에 결혼은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 상황을 놓고 커플과 A씨는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고 옹호했지만, 남편은 이기적인 결정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토론을 하다가 최근 시아버지가 혈액투석을 하면서 한껏 예민해져 있는 남편이 결국 언성을 높이면서 분위기가 이상해졌다고 털어놨다.

부모님이 나이가 더 드시거나 어느 한 분이 돌아가시면 남은 한 분은 같이 살면서 꼭 모셔야 한다고 줄곧 주장해온 남편. 이 기회에 깊은 대화를 나눠야겠다는 생각에 며칠 후 A씨가 “결혼 전에 우리 부모님이 한 분은 안 계시고 한 분 병수발을 매일같이 들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결혼했을 거야?"라고 넌지시 물어봤다고 전했다. 역시 망설임 없이 "당연한 거 아니야?”라고 답한 남편. A씨가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냐고 반문하니 남편은 “애초부터 너는 모실 생각이 없는 것부터가 글러먹었다”며 “넌 부모도 없냐? 당장 내일 쓰러지실지도 모르는데"라고 맹비난을 했다고 한다.

이때부터 화가 난 A씨는 "누가 부모님을 안 모시겠대? 어떻게 병수발을 매일같이 들어? 다 자기 생활이 있는 건데. 결혼 전이라면 더더욱 당연한 건 아니지. 내가 100만 원 벌었으면 결혼 안 했다며? 이것도 결혼의 조건이고 아픈 부모를 당장 모셔야 되는지 보는 것도 결혼의 조건이야"라고 맞받아쳤다고 전했다. 그러자 남편은 "그래 우리 3남매는 우리 부모님 아프시면 서로 자기 집에 모시려고 노력할 거야. 너희 3남매는 부모님 아프시면 서로 회피하기 바쁘겠지"라며 죄 없는 A씨 남매 흉을 봤다고 고백했다. 울컥한 A씨는 “우리 서로 떨어져 있자. 내가 집 나갈게”라고 선언했고, 남편은 “그래라. 대신 어른들한테는 네가 스스로 나간 거라고 꼭 말해라.”라고 비아냥댔다고 하소연했다.

A씨는 나중 일이지만, 시부모님과 함께 살고 싶지 않다고 고백했다. 결혼하자마자 전화는 이틀에 한 번은 해야 되지 않겠냐고 다그치고, 첫 생일상은 며느리에게 받고 싶다고 눈치 주고, 용돈 달라고 전화하는 시부모님. A씨는 나이 들고 병든 부모님을 아예 안 모시겠다는 게 아니라 좁은 집에서 같이 부대끼고 살기보다는 요양 시설에서 모시고 서로 편하게 살고 싶다는 건데 이게 그렇게 이기적인 생각이냐고 물었다. 자식이 부모 모시는 게 도리지만, 같이 사는 건 또 다른 차원의 문제가 아니냐며 다른 부부들은 부모님 모시는 문제와 관련하여 어떻게 협의를 봤는지 조언을 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