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품이 전염되는 이유는? 하품하는 사람 보면 나도 모르게 따라 한다? 글 : 이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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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나른한 시간, 이를테면 점심 먹고 난 직후에는 하품이 쏟아진다. 학생 때는 유독 나긋나긋하신 선생님의 수업 시간 때마다 하품이 나와, 입을 가리느라 애를 먹곤 했다. 피곤할 때는 물론, 지루할 때,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을 때도 하품이 나온다. 주변에 사람이 많을 때는 하품을 하면서 입을 쩍 벌리는 게 민망해 얼른 가리기도 하고, 지루한 감정을 들킨 것 같아 부끄럽기도 하다. 딱히 어떤 기능이 있는 것 같지도 않은데 일단 시작하면 멈추기 힘든 하품, 왜 하는 걸까?
하품이 나오는 이유는?
사전적으로 '절로 입이 벌어지면서 하는 깊은 호흡'이라는 의미를 지닌 하품. 그러나 정확한 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상태로, 하품을 하는 상황에 따라 여러모로 추측해볼 수 있다.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가설에 의하면 하품은 스트레스로 인해 올라간 뇌 온도를 식히는 기능을 한다고 알려졌다. 입을 크게 벌렸다 닫는 동작은 뇌에 공기를 불어넣어 온도를 낮춰준다는 것이다. 뉴욕주립대학 오니온타 캠퍼스 연구팀은 사람과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하품 전후 온도 변화를 측정한 결과, 하품 직전에는 뇌 온도가 상승했다가 하품 직후에는 낮아진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뇌에 찬 공기를 공급하는 하품은 뇌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시원한 공기를 들이마시도록 한다.
피곤할 때 하품을 하는 이유 역시 수면 부족으로 인해 뇌의 온도가 증가하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한편, 내셔널 지오그래픽 보도에 따르면 여름보다 겨울에 하품을 많이 하는데, 이는 여름에는 외부 공기가 따뜻해서 뇌를 냉각시키는 효과가 적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또 다른 이론은 우리 몸에 더 많은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우리는 피로해지면 뇌에 전달되는 산소의 양이 부족해지고 몸에 이산화탄소가 많이 쌓이게 되는데, 산소가 체내 부족하다고 느낀 몸이 이산화탄소를 내보내고 산소를 마시려고 하품한다는 것이다.
하품이 전염된다고?
옆에 친구가 하품을 하면 나도 모르게 하품을 따라 하게 된다. 심지어 영상에서 누군가 하품을 하는 것을 보기만 해도 절로 하품이 나오기도 한다. 정말 하품이 전염인지에 관해 정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이와 관련된 연구가 많은 편이다. 미국 메릴랜드 대학교 심리학과의 보러트 프로빈 교수는 웃음도 전염되는 것처럼 하품의 전염 이유는 감정이입에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한 연구에서는 가족이나 절친 사이에서는 서로 간에 감정적 유대가 더 크기 때문에 유전적으로나 감정적으로 가까운 사이일수록 하품을 따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영국 노팅엄대학교의 생리·의학 연구진은 성인 36명의 하품 행동을 관찰하고 뇌를 측정한 결과, 남의 하품을 볼 때 터져 나오는 전염성 하품에는 개인 기질 차이가 있으며 일부러 참으려고 할수록 오히려 하품 충동을 더욱 키운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전염성 하품'은 다른 사람의 말이나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따라 하는 '메아리현상(echophenomena)'의 일종으로, 사람은 물론이고 일부 동물에서도 볼 수 있는 흔한 자동 행동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전염성 하품과 같은 메아리현상을 설명하는 신경학적인 기초 지식은 자세히 갖춰지지 못했다고 보고했다.
하품하는데 왜 눈물이 날까?
눈물 분비 기관에는 눈물을 모아두는 주머니가 있는데 이를 '누낭'이라고 한다. 하품을 할 때 눈물이 나는 이유는 얼굴 근육이 움직이면서 이 눈물주머니인 누낭을 누르면 그곳에 모여 있는 눈물이 맺히게 되기 때문이다. 한두 번 하품을 할 때는 많은 양의 눈물이 나지만 연달아 하품을 할 때는 눈물이 거의 나지 않는데, 이는 누낭에 들어 있는 눈물의 양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누낭의 눈물이 고갈되면 더 이상 눈물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한편, 하품할 때 나는 눈물과 눈에 이물질이 들어갔을 때의 눈물에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눈에 뭐가 들어갔을 때는 눈에 낀 노폐물을 세척하기 위해 눈물샘에서 눈물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원인이 사라질 때까지 계속해서 눈물이 흐른다.
하품이 보내는 이상신호?
하품은 누구나 하는 것으로 하품을 하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컨디션이 좋은 사람은 하품을 자주 하지 않고, 컨디션이 나쁜 사람은 하품을 과도하게 많이 하는 편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정상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반사작용이기도 하지만, 체질이 약하거나 수면이 부족하고 정서적으로 불안정하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이로 인한 체내 노폐물이나 피로물질의 축적, 신체의 산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하품이 자주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다.
충분한 수면도 이뤄졌고, 특별히 지루한 상황이 아닌데도 하품이 계속해서 쏟아진다면 몸이 보내는 이상 신호일 수 있다. 특히 편두통, 간질, 뇌기저핵 질환, 뇌종양 등 신경과 질환을 가진 환자에서 하품을 자주 하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이윤서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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