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저론] 취업해서 생활비 50만 원씩 보태라는 엄마

[이론저론] 취업해서 생활비 50만 원씩 보태라는 엄마 취업하면 부모님 용돈 얼마나 드리나요? 글 : 이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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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에 성공하면 돈을 벌 수 있으니 삶이 더 여유로워질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식비, 교통비, 통신비, 보험료 등은 물론 부모님 생활비까지 챙겨드려야 한다. 모아야 할 돈은 태산 같은데 수중에 남은 돈은 티끌이니, 죄스럽지만서도 '부모님 용돈을 좀 줄여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당연지사. 한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A씨는 취업도 하기 전에 용돈을 얼마나 줄 거냐는 어머니의 물음에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의견을 구했다.

올해 코스모스 졸업을 앞둔 A씨. 새해가 되자 어머니는 A씨와 A씨의 오빠를 앉혀놓고 "올해까지 시간을 줄 테니 꼭 취업하라"고 말씀하시며 "취업하면 용돈은 구체적으로 얼마를 줄 수 있냐"라고 물어보셨다고 한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사회 초년생이 벌 수 있는 돈이 한정돼 있다 보니 ‘3, 40만 원도 부담스럽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고 있던 찰나, 이내 어머니는 "취업하면 각각 매달 50만 원씩 달라"고 덧붙이셨다고 전했다.

집안 사정이 어려우면 모를까, 부자는 아니지만 남들 사는 만큼 살고 있어서 용돈 50만 원을 요구하는 어머니 말씀에 A씨는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혹시 젊을 때 고생한 것을 보상받고 싶은 심리이실까? 실은 어머니가 친척의 보증을 섰다가 잘못되는 바람에 A씨가 11살 때까지 온 가족이 화장실이 밖에 있는 원룸에서 살았다고 털어놨다. 친한 친구들이 집에서 놀자고 할 때가 제일 싫었다는 A씨는 그래도 부모님 원망은 한 번도 해본 적 없다고 밝혔다. 어머니가 가족을 위해 얼마나 헌신하고 있는지 알았기 때문이다.

A씨 부모님은 식당이나 건설현장 등 주로 몸이 고된 일을 하시며 생계를 이어갔다고 털어놨다. 어머니의 보증 문제로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 아버지는 몇 년 동안 집에서 게임만 하셨고, 어머니는 혼자서 생계와 집안일 모두를 감당하셨다. 어머니는 악착같이 돈을 모으셨고, 나중에 아버지도 그런 어머니의 모습에 힘을 얻으셨는지 작은 사업을 시작하시면서 집안 상황이 조금씩 나아졌다. 현재는 대출이긴 하지만, 2억짜리 전셋집에서 살고 있다고 전했다.

어머니가 몇십 년 동안 뼈 빠지게 고생하신 걸 알고 있지만 부모님께 용돈을 50만 원이나 드려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A씨. 대학교 4년 내내 전액 성적장학금을 받기도 했고, 정말 가고 싶었던 교환학생도 전부 A씨가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과 생활비 대출을 받아 다녀왔다고 털어놨다. 대학생이 되고 나서는 아르바이트를 2개씩 하기도 했다는 A씨. 가끔은 돈이 없어서 편의점에서 천 원짜리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때우기도 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입버릇처럼 "네가 번 돈 너한테 다 쓸 수 있어서 좋겠다"라며 지나가듯 말씀하셨고, 그 말에 A씨는 늘 눈치를 봐왔다고 고백했다.

최근에는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가 있어 학원을 알아보니 6개월간 200만 원이 필요했다. 고민 끝에 아버지께 학원비를 내주실 수 있냐고 여쭤보니 아버지는 "그걸 내가 왜 내야 되는데?"라며 단칼에 거절하셨다고 한다. 결국 A씨가 모아놓은 돈에 오빠에게 빌린 돈을 합쳐 학원비를 해결했다고 털어놨다. 2년 전부터 "성인이라면 생활비는 당연히 보태야 하는 거 아니냐"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셨다는 부모님. 머리로는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지만, 섭섭한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한 달에 60만 원 벌어서 통신비, 교통비, 학원비까지 내고 나면 한 달에 10만 원 저금하기도 빠듯하지만, 이번 어머니 생신 때 50만 원을 드리기도 했다고 밝혔다.

만약 어머니가 옛날처럼 시장에서 5천 원짜리 티셔츠를 사 입고 다니신다면 무리해서라도 생활비를 보탰겠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여유를 찾은 어머니는 매달 미용실에서 머리도 하고, 백화점에서 10만 원짜리 옷도 사 입으신다고 전했다. 어머니가 자식들 때문에 청춘을 허비했다고 생각해서 그 희생에 대한 보답을 받고 싶어 하시는 것 같다는 A씨. 이런 생각을 하는 것조차 나쁜 딸이 된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 이어 A씨는 다들 취업하면 부모님께 용돈을 얼마나 드리는지, 어머니 말씀대로 직장인이 되면 다들 50만 원씩 부모님께 용돈 드리며 사는 건지 궁금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