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억울해! TV도 없는데 수신료 왜 내야 되나요?

너무 억울해! TV도 없는데 수신료 왜 내야 되나요? 반감 커지는 공영방송 수신료 납부 글 : 이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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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수신료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 커지고 있다. 유심히 살펴보지 않으면 TV가 없는 가구도 인지하지 못한 채 공영방송에 수신료를 납부하고 있다. 특히 집에 TV를 아예 들여놓지 않은 가구가 증가하는 추세이기도 하고, TV가 있더라도 이전에 비해 훨씬 다양한 플랫폼이 생기면서 공영방송을 틀지 않는 가구에도 수신료를 부과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여태 억울하게 수신료를 납부한 사람들은 그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인지, 또는 우리가 낸 수신료의 수익이 공익적 목적에 맞게 사용되고 있는 것인지 알아봤다.

수신료가 대체 뭐길래?

국영방송은 국가가 운영하는 방송국으로, 국정 홍보 등을 목적으로 국가가 직접 소유하고 정부 예산이나 세금으로 운영한다. 민영방송은 개인이나 기업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방송사를 뜻한다. 공영방송의 소유는 공공이 하고, 운영 재원은 상업적 자본이나 정부 예산으로 분리된 별도의 공적 재원을 활용한다. 이는 국가나 상업 자본으로부터 재정적 독립성을 유지해야 공익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는 공영방송에 해당하는 KBS와 EBS가 시청자를 대상으로 걷은 수신료를 통해 운영되고 있다.

사진: KBS NEWS

2015년 KBS 보도에 따르면 해외에서는 공영방송 수신료를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이 걷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은 1년에 28만 원, 영국은 24만 원인 반면, 우리나라 공영방송 수신료는 월 2,500원으로 매년 3만 원 정도를 걷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주요 국가의 공영방송 재원구조를 보면 전체 매출에서 수신료가 차지하는 비율이 70~ 90%에 달하지만, KBS의 경우 수신료 비중(38.9%)와 광고(33.4%)의 비중이 엇비슷하다고 분석했다. 한편,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인사청문회와 서면질의답변서 등을 통해 "수신료가 38년간 동결되고 광고 수입이 감소해 재난, 교육 등 공영방송의 공적 역할 수행이 어려워져 재정 여건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한 바 있다.

국민들이 수신료에 뿔난 이유

오랜 기간 동결한 수신료를 인상해야 한다는 KBS의 주장에도 국민들의 반응은 오히려 냉담한 편에 가깝다. 수신료는 가정에 TV가 있든 없든 간에 전기가 공급되는 가정에는 매달 TV 수신료 월 2,500원이 전기 요금과 함께 자동으로 부과된다. 방송법 제64조에 의하면 텔레비전 방송을 수신하기 위해 텔레비전 수상기를 소지한 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수상기를 등록하고 텔레비전 방송수신료를 납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 1994년부터 KBS가 한국전력과 계약을 맺고 수신료 징수를 위탁한 이래로, 한전은 모든 가정에 수상기가 설치됐다는 것을 전제로 특별한 신고가 없으면 수신료를 징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이 KBS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1994년부터 현재까지 KBS는 한전에 7,948억 원의 위탁수수료를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이에 국민들은 TV 방송 시청에 부과되는 요금을 특별히 신고 하지 않으면 TV가 없는 집에도 부과하는 점이 불합리하다는 주장을 꾸준히 제기했다. 특히 최근 독도 인근에서 발생한 소방헬기 추락 사고를 KBS 직원이 추락 헬기 영상을 촬영하고도 독도경비대의 요청에 영상 일부만 제공하고, 단독 보도를 위해 영상을 숨긴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KBS 수신료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거세졌다. 재난 주관 방송사인 KBS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라는 비난이 커진 것이다. 이러한 여파로 청와대 국민청원에 게시된 'KBS 수신료 전기요금 분리징수 청원'의 동의자가 21만 여명을 넘어서며, 수신료 전기요금 분리 징수에 관해 정부가 답변을 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EBS에 돌아가는 몫이 한국전력보다도 적다?

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KBS 수신료를 거부하고 싶다는 의견이 확산되는 반면, EBS의 수신료 수익 배분을 늘려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BS는 가구당 월 수신료 2500원의 2.8%인 70원을 배분받는다. 수신료 수입의 배분은 2009년 기준으로 KBS가 90.6%(5,050억 원), 한국전력이 6.6%(369억 원), EBS가 2.8%(156억 원)으로, EBS에게 돌아가는 수신료가 한국전력보다도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2018년 기준으로 살펴봐도 KBS의 수신료 매출은 전체 재원의 46.0%(6,595억원)에 달했으나, EBS는 7.4%(185억원)에 불과했다. EBS의 재원구조는 수능과 관련된 교재를 포함한 출판, 방송광고, 뉴미디어 등의 상업적 재원이 주를 이룬다. 7%를 겨우 넘기는 수신료와 비교해보면 대조적인 형태다.

사진: 자이언트 펭TV, 실버버튼을 받은 펭수의 모습

올해 EBS 봄 개편으로 신설된 프로그램 '자이언트 펭TV'의 '펭수' 캐릭터가 웃음과 공감을 이끌어내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구독자 수가 50만 명을 넘어서며 어린이뿐만 아니라 성인 시청자까지 사로잡아 EBS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이 확대됐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전체 수신료 중 3%만 가져간다는 사실이 널리 확산되면서 수신료 배분이 KBS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지난해 EBS의 방송 사업 매출 대비 제작비 투자 비율은 115.1% 달하며 지상파 4사 중 제작비 투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KBS는 72.2%, MBC와 SBS는 각 87.9%, 61.2%였다. 이에 우리나라 교육 콘텐츠 사업을 책임지는 EBS의 수신료를 늘려달라는 청원까지 등장했다.

수신료 환불받는 방법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2015~2017년 수신료 수입 및 사용처별 금액'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시청자들이 낸 1조 9,053억 원 중 1,172억 원이 한전에 위탁수수료로 지급됐다고 '한국일보'가 보도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윤상직(자유한국당) 의원은 "KBS는 수신료가 부족하다며 매년 인상을 주장하지만, 정작 수수료로 막대한 돈을 낭비해 오고 있었다"며 "경영난을 겪고 있으면서 위탁수수료와 같은 외부 비용을 줄일 생각은 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수신료를 환불하려는 움직임이 매년 증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송희경 의원실 자유한국당에 따르면 KBS 수신료 환불건수는 2016년 1만 5,746건에서 2018년 3만 5,531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는 6월까지 기준으로 1만 7,289건에 달한다.

수신료를 환불받고 내지 않으려면 'TV를 보지 못한다'는 점을 개인이 직접 알려야 한다. 국민 신문고에 따르면 "수신료 환불에 관해서는 KBS에서 직접 조치하고 있으므로 KBS수신료콜센터 국번 없이 1588-1801로 전화하여 '전기요금청구서'에 있는 '고객번호'를 KBS상담원에게 알려 주면 보다 빠르게 자세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경우에는 수신료가 관리비 내역에 포함돼서 부과되기에 관리사무소에 TV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받은 후 말소 신청을 하면 KBS의 최종 확인을 통해 수신료를 면제받을 수 있다. 만약 수신료가 과·오납된 이력이 있다면 이를 환불받을 수도 있으나 오랜 기간 수신료 부과 중지 요청 없이 계속 납부한 상황이라면 수상기 미소지 시점 확인 등의 어려움으로 원활한 환불이 진행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