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연애를 하다 보면 설레는 감정은 덜 할지 몰라도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게 없고, 긴장감 없이 안정적이며 상대방이 가족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연애가 결혼으로 바뀌는 순간 이야기가 달라진다. 오래 사귀었으니 서로에 대해 알 만큼 안다고 생각했을 테지만, 막상 결혼 준비를 하다 보면 전혀 다른 모습을 마주하게 되고,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의견 차이를 보이도 하면서 서로에게 실망할 확률도 높다. 누가 봐도 결혼할 것 같았던 오래된 커플이 끝내 헤어지는 경우를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유다. 한 커뮤니티에 사연을 올린 A씨도 연애하는 내내 사랑만 듬뿍 주던 남자친구와 꼭 결혼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러나 막상 결혼 준비를 하다 보니 실망감을 감출 수 없어 결혼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던 걸까?

 

 

28살 직장인인 A씨는 30살인 남자친구와 대학생 때부터 만나 7년째 연애 중이다. 최근 남자친구가 취업에 성공하면서 둘 다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돼 결혼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7년 동안 남자친구는 연애 초기처럼 A씨에게 작은 이벤트라도 해주려고 늘 노력하는 사람이었고, A씨도 남자친구의 긴 취업 공백기를 기다리면서 정신적으로나 금전적으로 많이 지지해줬다고 한다. 이처럼 알콩달콩 같이 보낸 세월이 긴 만큼 결혼 준비도 수월하게 진행될 줄 알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A씨 남자친구는 집이 부유한 편이지만, A씨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남자친구도 오래 전부터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다 감수할 수 있으니 문제 될 것 없다고 했다. 그러나 막상 결혼할 때가 다가오니 남자친구의 마음이 변한 것 같다는 A씨. 남자친구가 가장 크게 돌변한 계기는 집 마련 문제였다고 한다. 남자친구는 A씨가 집 마련을 위해 1~2억이라도 가져오길 내심 바란 듯했다. 그러나 여태 그녀가 직장생활을 하며 결혼자금으로 모아둔 돈은 6천만 원이었고, 부모님이 지원해주시기에는 여전히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남자친구는 직장을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돈을 거의 모으지 못했지만, 집안 사정이 넉넉하여 부모님으로부터 3억 원을 지원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A씨는 본인이 모은 돈과 남자친구가 집에서 지원받은 3억 원으로 서울에 작은 전셋집 하나 마련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남자친구가 이 3억 원을 집 마련할 때 쓰지 않고, 다른 곳에 투자하여 돈을 더 크게 벌고 싶다고 하면서 싸움이 잦아졌다. 그는 A씨에게 4~5년 동안만 자기 부모님 집으로 들어와 같이 살면서 서로 번 돈을 모으고, 3억 원을 투자로 불려서 더 좋은 집을 사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투자를 정 하고 싶으면 1억은 전셋집 사는 데 쓰고 2억만 투자하는 식으로 계획을 바꿔 신혼집을 마련하자고 했는데도 남자친구는 무조건 부모님 집에서 살길 원했다.

 

 

매일같이 실랑이를 벌이던 어느 날 7년 동안 모진 말 한번 못하던 남자친구가 "너희 집에서 몇억 보태주면 나도 당연히 나가 살지! 그걸 못해오니까 부모님 집으로 들어가 살자는 것 아니냐. 부모님 집으로 들어가기 싫으면 돈 들고 올 생각부터 해라!"라고 언성을 높였다고 하소연했다. A씨는 연애할 때 죽고 못 살던 남자친구와 결혼하기 위해 착실히 돈을 모아뒀는데, 이런 식으로 무시당하는 게 억울했으며 괜히 부모님을 욕보인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고 전했다.

 

 

집 문제뿐만이 아니었다. 남자친구와 결혼 후 2세 계획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산후조리원에 관한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1주일이라도 산후조리원을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 A씨와는 달리 남자친구는 A씨가 출산을 하면 산후조리원을 가는 대신 집에서 산후조리를 했으면 하고, 그게 싫으면 친정에서 모든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그는 "옛날에는 애 낳으면 친정에서 다 도와줬는데 요즘에는 그게 어려우니 친정 역할을 대신해서 산후조리원이 있는 거다. 그럼 당연히 산후조리원 비용은 친정에서 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말해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연애할 때는 성격도 잘 맞고 늘 다정했던 남자였는데 결혼을 결심하자마자 그의 태도가 너무 달라져 혼란스럽다는 A씨. 여태 보지 못했던 남자친구 모습에 결혼을 다시 생각하고 있다는 그녀는 정말 이 결혼을 포기하는 게 맞는 걸까? 

 

 

이윤서 press@daily.co.kr

• Category : 이론(論)저론(論)
• Tags : 오래된연애,오래된연인,연애,연인,결혼준비,결혼,남자친구,헌신,결혼갈등,남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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