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늘어나는 '비혼', '미혼'이랑 뭐가 달라?

점점 늘어나는 '비혼', '미혼'이랑 뭐가 달라? 비혼족으로 보는 사회의 변화 글 : 김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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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처음 보는 이에게 나이나 사는 곳만큼 흔하게 묻는 질문이 있다. “기혼이세요, 미혼이세요?” 이제는 여기에 한 질문이 더 추가가 될지도 모르겠다. “비혼이세요?”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는 사회적 인식과 함께 1인 가구의 비중이 커지면서 결혼을 굳이 하지 않겠다는 비혼족이 늘고 있다. 현대 우리 사회에서 비혼은 더 이상 소수의 사람들이 가지는 삶의 철학으로만 지나지 않는 것. 나홀로 라이프를 꿈꾸는 비혼족들의 이모저모와 미혼과의 차이점은 어떤 것이 있는지 들여다봤다.

비혼인가 미혼인가

비혼과 미혼은 둘 다 결혼하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렇다면 둘은 모두 같은 것을 지칭하는 것일까?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그 이면을 바라보면 전혀 다른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직 결혼하지 않음을 뜻하는 ‘미혼(未婚)’은 아직은 결혼하지 않았으나 언젠가는 하게 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에 반해 ‘비혼(非婚)’은 결혼하지 않은 상태만을 뜻하며 이는 시간적인 가능성에 대한 논점 자체가 없다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비혼주의

이러한 가운데 저출산 고령화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며 지자체가 중심이 되어 관내 미혼남녀들의 만남을 주선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전남 고흥군은 이틀에 걸쳐 군에 거주하거나 관내 직장에 다니는 미혼남녀 30명의 만남 프로그램을 열었다. 이른바 ‘선다방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이 행사는 스스로 결혼하지 않기로 선택한 ‘비혼족’과 초혼 연령이 높아지는 추세에 맞춰 진행된 것이라고. 이를 다룬 뉴스 보도에 따르면 행사 이후 8쌍의 커플이 탄생해 교류를 이어갔다니 효과가 있다고 봐야하는 것일까?

늘어나는 비혼족, 결혼은 의무가 아닌 선택

지자체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비혼족들은 더욱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혼인 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총 26만 건으로 2011년 이래 7년 연속 감소하며 가장 낮은 수치를 드러냈다. 이는 인구 1000명 당 단 5건의 혼인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2018년 사회조사’에서도 ‘결혼을 해야 한다’고 답한 비율은 지난해 48.1%로 전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결혼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대답한 비율도 전체의 3%에 달해 결혼에 대한 달라진 시대상을 보여줬다.

2018년 혼인 이혼 통계

흔히 20대 중후반의 적절한 나이가 되면 짝을 찾아 결혼을 하고, 결혼 이후에는 아이들을 낳는 흐름은 이제 옛날 일이다. 사회적으로 보편화되어온 틀 자체가 깨지고 있는 것. 결혼에 대한 사회의 의무적인 시선에서 벗어나 점차 개인만의 신념과 가치관을 드러내는 이들이 많아지며 1인 가구의 비중도 폭증했다. 2000년 전체 가구 중 15.5%에 불과했던 1인가구는 2017년 28.6%로 늘어났으며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45년에는 36.3%까지 늘어나 국민 3명 중 1명 이상이 혼자 살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자발적 비혼 VS 비자발적 비혼

이러한 가운데 현재 우리나라에서 결혼을 하지 않음을 일컫는 비혼은 자발적 비혼과 비자발적 비혼이 혼재되어 있다. 자발적 비혼은 결혼을 원하지 않는 경우, 비자발적 비혼은 결혼을 원하지만 하지 못하는 경우로 받아들여진다. 자발적 비혼은 학교, 직장, 진로, 인간관계와 같이 결혼 역시 개인 스스로가 판단하고 결정을 내리는 선택 사항일 뿐이라는 관점이다. 자유의지로 독신을 선택하는 것이며 이에 대한 주위의 지나친 간섭이나 참견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무례가 되는 것.

비자발적 비혼

이에 반해 우리나라에서 비자발적 비혼의 주된 요인은 경제적인 문제로 꼽힌다. KB금융경영연구소가 1인 가구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비혼 의향 가구 중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비중은 19.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인 가구 생활의 걱정거리를 묻는 질문에는 전체 대상 중 40.4%가 ‘외로움 등 심리적 안정’을 토로했지만, 미래의 우려에 대해선 58.8%가 ‘경제활동 지속력’을 꼽으며 경제적으로 안정화되어 있지 않은 팍팍한 현실 또한 비혼과 맞닿아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비혼을 선언한 스타들은 누구?

한편 대중들의 관심을 받는 스타들 중에서도 비혼을 선언한 이들이 많다. 트로트 가수 금잔디는 kbs ‘아침마당’에 출연해 ‘비혼’임을 밝혀 화제를 모았다. ‘고속도로의 여왕’으로 불리는 금잔디는 각종 방송에 출연해 음반 300만장을 팔며 한 달 행사만 99개를 뛴다고 밝히며 화려한 솔로 라이프를 드러냈다. 배우 김혜수 또한 2012년 개봉한 영화 ‘도둑들’ 제작보고회에서 “결혼은 개인에게 특별한 선택이며 내가 정말 하고 싶으면 할 일 정도로 생각한다”라며 소신을 밝혔다.

사진 : tvN <현장토크쇼 택시>

가수 김완선 또한 연예계 대표적인 비혼주의자로 통한다. MBN 예능 ‘비혼이 행복한 소녀, 비행소녀’에 출연하며 “30대 초반까지만 해도 결혼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했었는데, 일 외에는 큰 열정이 없다”며 “지금 굉장히 행복하고 만족하고 살고 있다”라는 말로 현재 비혼 생활에 만족감을 전했다. SBS 예능 ‘미운 우리 새끼’에 출연해 중년 클러버로 색다른 모습을 보여준 개그맨 박수홍 역시 비혼주의자로 방송을 통해 “그동안 낸 축의금이 아파트 한 채는 된다. 그러다보니 비혼식을 치르고 싶다”라고 비혼식에 대한 의향을 알리기도 했다.

결혼식 no! 비혼식이 뜨고 있다!

개그맨 박수홍처럼 최근 몇 년 동안 비혼족들 사이에 핫하게 뜨는 것은 비혼식이다. 결혼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지나친 관심이나 간섭 외에 축하의 의미를 담지만 현실적으로 부담이 되는 축의금 문화도 비혼족을 괴롭힌다. 이러한 경제적인 문제를 벗어나더라도 비혼식은 가족, 친구, 지인들 앞에서 신랑신부가 앞으로의 일생을 함께하겠다는 언약을 맺는 결혼식과 같이 비혼을 공개적으로 선포함으로써 널리 알린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처럼 결혼이 선택화되며 회사 복지 기준도 변화를 맞는 것일까. 영국의 핸드메이드 코스메틱 브랜드 ‘러쉬’는 비혼주의 직원들을 위한 비혼식을 열어 화제를 모았다.

러쉬 비혼식

‘러쉬’는 지난 2017년 6월부터 개인의 선택과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의미를 담아 연 1회 비혼식을 진행하고 있다. 근속연수 만 5년 이상의 임직원 중 비혼을 선언하고 싶은 이들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기업체의 경우 결혼을 하는 임직원에게 별도의 축의금이나 축하화환, 기념품 지급 등으로 결혼을 축하하곤 한다. 단지 결혼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와 동일한 복지 혜택을 누리기 힘들다는 점에서 ‘러쉬’의 이 같은 행보는 국내 비혼족들 사이에 화제가 되기 충분하다.

1인 가구 증가, 양성평등 의식 높아짐에 따라 비혼족은 더욱 늘어날 전망

이처럼 사회적인 인식의 변화, 1인가구의 증가 등과 함께 양성평등 의식이 높아지는 것도 비혼족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로 꼽히고 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시민 공모를 통해 ‘성평등 언어 사전’을 발표했는데 아직 결혼하지 않음을 뜻하는 ‘미혼’ 대신 결혼하지 않은 상태를 뜻하는 ‘비혼’을 사용하기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실제로 황주홍 민주평화당 의원은 지난 4월 법률에서 쓰이고 있는 ‘미혼’을 ‘비혼’으로 개정하는 내용의 ‘건강가정기본법’ 등 4건 등을 대표발의하며 “변화한 시대상황과 국민정서를 법률에 명확히 반영해야 한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비혼족

이렇듯 ‘비혼’에는 개인의 인식 변화와 경제적인 문제 및 양성평등 의식까지, 변화된 사회의 전반적인 흐름이 모두 담겨있다. 과거 유교에서는 결혼을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라 부르며 사람이 살아가면서 치르는 큰일이라 하였지만, 바로 그렇기에 때가 되어서 해야 하는 의무가 아닌 사회적 환경과 개인의 의사가 합치될 때 비로소 이뤄질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을 비혼족들은 말하고 있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