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저론] 30대에 10시 통금.. 너무 하지 않나요?

[이론저론] 30대에 10시 통금은 너무한 거 아닌가요? 30대에 10시 통금, 부모님 마음을 돌릴 방법은 없을까요? 글 : 안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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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격한 부모님과 함께 사는 사람들은 통금으로 꽤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중, 고등학생 때는 통금 있는 친구들이 많아 소외감이 덜 했지만, 성인이 되어 어엿한 사회인이 되면 갈등의 골은 더욱더 깊어진다. 친구들이나 동료들과 술 약속이 있어, 이제 막 즐기려 하면 어김없이 전화벨이 울린다. 휴대전화에 '엄마' 혹은 '아빠'가 뜨는 걸 볼 순간, 맥주 김빠지듯 즐거움이 싹 가신다. 부모님은 요즘같이 흉흉한 세상에 걱정되는 마음으로 통금을 정하신 거겠지만, 한두 번도 아니고 매번 통금 문제로 갈등을 일으키니 몸과 마음이 지쳐간다. 30대인데도 통금을 강요하는 부모님 때문에 고민이 많다는 A 씨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조언을 구했다.

A 씨는 30대다. 정확하게는 32살. 매우 보수적이고 엄격한 부모님 밑에서 자라온 딸인 A 씨는 어렸을 때부터 통금 시간이 엄격하게 정해져 있었다. 10대에는 집에 늦게 들어간다는 것을 아예 생각조차 못 했다. 심지어 공부하라고 독서실로 등 떠미는 부모님도 계신데, A 씨의 부모님은 열심히 공부하려는 의지를 표명한 A 씨에게 독서실 가는 것도 위험하다며 못 가게 하셨다니, 말 다 했다.

20대에는 좀 나아지겠거니 했지만, 크나큰 착각이었다. 성인이 되었는데도 바깥이 어둑어둑해지면 위험하다고 슈퍼도 친오빠와 같이 보냈다. 그러니 친구네 집에서 하루를 보내면서 새벽까지 수다를 떨거나 술을 마시는 건 생각해볼 수조차 없었고, 친구들과 추억을 쌓기 위해 떠나는 여행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물론 늦게까지 놀아야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엄격한 통금으로 인해 그 시절에만 경험해볼 수 있고, 그 시절에만 쌓을 수 있는 추억들도 모두 놓친 기분만 든다.

혹자는 '말씀이라도 드려보지 그러느냐'고 한다. 물론 A 씨도 물론 부모님을 설득해보려 노력했다. 몇 번 진지하게 대화해보려고 노력했으나 그럴 때마다 돌아오는 건 칼 같은 거절. 결국 분에 못 이겨 부모님께 울면서, 소리 지르면서 대들기도 했다. 그러나 30분이라도 늦으면 다 큰 성인이 맞기도 하고, 목걸이가 뜯긴 적도 있다. 심지어 통금 시간보다 조금 늦게 들어왔다고 새벽까지 집 밖으로 내쫓긴 적도 있었다. 이런 A 씨의 부모님을 잘 아는 친구들은 10시 전에 항상 알아서 A 씨를 보내줬고, 늦게까지 술을 먹을 것 같으면 자연스럽게 혼자 빠져나왔다.

그나마 다행으로 A 씨의 부모님은 남자친구나 옷차림 등에 대해서는 별다른 간섭을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칼 같은 통금으로 9시 반만 되면 10시까지 들어가야 한다는 압박감에 약속이라도 있는 날엔 두근두근 가슴이 뛰었다. 친구들은 '한 번 외박하고 들어가면 그 이후부터 포기하고 통금을 없애주실지도 모른다'라고 조언을 하기도 했지만, 몇십 년을 이렇게 살아온 A 씨에게는 너무나 어려운 도전이었고, 그렇게까지 할 용기가 도저히 나지 않아 말없이 하는 외박은 끝내 실천하지 못했다. 결국, A 씨의 20대는 이렇게 흘러갔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30대가 되었다. A 씨는 어느덧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남자친구가 생겼다. 남자친구의 부모님도 몇 번 뵈었고, A 씨의 어머니도 남자친구를 한번 만나고 싶어 하실 정도로 꽤 안정적인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 어느 날 A 씨가 퇴근 후 남자친구와 저녁을 먹고 10시에 맞춰 귀가하니 난리가 났다. '내일 출근도 하는 사람이 왜 맨날 10시에 들어오느냐'며 '10시라고 말 안 했으면 새벽에 들어오려고 했느냐'고 불같이 화를 냈다.

억울한 A 씨는 '10시에 들어오라고 해서 10시까지 맞춰 들어왔는데 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더니 아버지는 세숫대야를 던지려는 시늉을 보였다. 그 모습에 놀라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한 A 씨가 눈물을 터뜨리니 어머니는 오히려 '무슨 쇼냐'며 비아냥거리기만 하신다. 많지 않은 월급 쪼개서 어머니께는 20만 원, 아버지께는 30만 원을 드리면서 생활했다. 이 정도면 나쁜 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매번 통금 문제로 큰 소리가 오가니 정신적 고통이 이루어 말할 수 없다.

결국 결혼만이 답이냐는 A 씨. 결혼하려면 부모님께 남자친구를 소개해야 하는데, 이제 그러고 싶은 마음조차 가셨다. 무서운 세상에 딸을 걱정하는 마음은 잘 알겠지만, 30대에도 10시까지 집에 들어오라는 부모님의 성화에 숨이 턱턱 막힌다.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면 좋을까? 부모님의 마음을 돌릴 방법은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