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속 오락실 게임의 환생, 다시 돌아온 콘솔게임기

추억 속 오락실 게임의 환생, 다시 돌아온 콘솔게임기 추억 속의 인기 게임콘솔 글 : 김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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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에서의 흙장난이나 트램펄린을 타고 뛰어다니던 노동적 놀이를 제외하고, 기자가 처음 접한 게임은 ‘알카노이드’, 속칭 ‘벽돌깨기’였다. 조이스틱과 버튼이 아니라 보트를 좌우로 움직이는 다이얼 형태의 컨트롤러로 즐겼던 이 게임으로 인해, 신비한 전자오락의 세계에 눈을 뜨게 됐다. 이후 어린이날인지 성탄절인지 잘 기억나지 않는 날의 선물로 ‘재믹스 V’를 받으며 콘솔 게임을 접했고, 컴퓨터학원을 다니기 시작하며 ‘스네이크’ 게임으로 PC 게임에 발을 담그게 됐다.

10살이 되기 전에 이미 대부분의 플랫폼 게임을 접한 이후, 지금까지 PC와 게임콘솔, 오락실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즐기고 있다. 가끔 어린 시절 재미있게 했던 게임이 생각날 때면, PC 에뮬레이터나 모바일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향수를 달래곤 한다. 그런데 올해 들어 소니, SNK, 닌텐도 등의 기업들이 저마다 과거의 콘솔 게임을 소형 복각판으로 발매하겠다는 소식을 연이어 전하고 있다. 아이들이 아니라 그 당시 게임을 즐겼던 아저씨들에게 추억을 되새겨주는 미니 게임기의 발매 소식에, 수많은 올드게이머들이 지갑을 들고 일어섰다.

대전 액션의 본격 부활, SNK 네오지오 미니

네오지오 미니

149,800원 ┃SNK

SNK의 간판 게임은 역시 대전 액션 ‘킹 오브 파이터즈’(King of Fighters, 이하 KOF) 시리즈다. 캡콤의 ‘스트리트 파이터’, 남코의 ‘철권’과 함께 1990년대를 풍미했던 대전 게임이었던 KOF는, 2D 그래픽 대전 게임의 상징과 같았다. 1990년대 당시 네오지오 콘솔로 발매됐던 KOF와 함께 ‘용호의 권’, ‘아랑전설’ 등 재미있는 대전 게임이 많았던 기억이 난다.

복각판 중 유일하게 디스플레이가 결합돼 있다.

이런 네오지오가 오락실의 게임기를 축소한 형태의 미니 게임기로 재탄생했다. SNK 설립 40주년 기념으로 제작된 네오지오 미니는 40개의 게임이 수록돼 있고, 디스플레이와 컨트롤러가 결합돼 있어 게임기 자체만으로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다른 복각판과 다른 특징이다. 아시아판과 국제판으로 나뉘어 발매됐는데, 아시아판에는 KOF 등 대전 게임 위주로, 국제판에는 메탈슬러그 등 협력 게임 위주로 수록됐다.

‘나의 요리’가 없다니,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클래식

플레이스테이션 클래식

99달러┃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

기자가 플레이스테이션 1 시절 가장 재미있게 했던 게임은 요리 액션 ‘나의 요리’였다. 아날로그 스틱이 적용된 듀얼쇼크 패드가 출시된 후 등장한 이 게임은, 본격적으로 게임 콘솔에 입문하게 만든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 소니가 당시의 그래픽과 게임을 재현한 플레이스테이션 클래식의 발매 소식을 들었을 때는, 기사 검색이 아니라 잔고 확인을 먼저 했다. 하지만 오는 12월 발매되는 플레이스테이션 클래식의 패드는, 아날로그 스틱과 진동 기능이 없던 1994년 첫 출시 당시의 패드가 적용됐다. 아쉽긴 하지만 출력 해상도 720P, PSN 접속 대응 등 현대적인 기능을 다수 지원하고, 수록된 20개의 게임도 당시의 추억을 불러일으키기엔 충분하다

깍두기 그래픽의 진수가 20년 만에 되살아난다.

릿지 레이서 타입 4, 메탈 기어 솔리드, 파이널 판타지 7, 패러사이트 이브, 바이오 하자드 등 1990년대 당시에는 ‘정말 놀라웠던’ 그래픽의 게임들이 다수 수록된다. 일본판과 국제판에 수록되는 타이틀 리스트가 조금 다른데, 국내에는 국제판이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아저씨들의 추억 폭격기, 닌텐도 슈퍼패미콤 미니

슈퍼패미콤 미니

98,000원 ┃닌텐도

1990년대 학교에서 가장 인기 있는 친구는 패미콤을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결정됐다. 두세 명의 친구들과 집에 가서 게임기 양옆에 꽂아둔 게임패드로 슈퍼마리오, 록맨, 동키콩 등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게임을 즐기다 어머니께 등짝을 수없이 맞았다. 그런 패미콤이 슈퍼패미콤 미니로 다시 탄생했다. Arm 코어텍스-A7 프로세서와 256MB RAM, 512MB 플래시 스토리지의 조합은 당시의 오리지널 하드웨어보다 훨씬 향상된 성능이다. 2개를 연결할 수 있는 게임패드도 십자 키와 4개의 버튼 구조가 친숙하다.

작아진 크기의 패미컴으로 슈퍼마리오를 다시 즐겨보자.

슈퍼패미콤 미니를 디스플레이에 연결하면, 친숙한 4:3 비율과 함께 기존의 CRT 모니터의 느낌을 주는 필터도 선택할 수 있다. 무엇보다 슈퍼패미콤 미니에 기본 탑재된 게임들이 엄청나다. 지금의 닌텐도를 있게 만든 슈퍼마리오 시리즈를 비롯해 동키콩, 메가맨, 젤다의 전설, 성검전설 2, 파이널 판타지 6, 별의 커비, 스트리트 파이터 2, 악마성 드라큘라 등 하나하나가 전설적인 작품들이다. 고전 게임은 당시의 그래픽 그대로 즐기는 것이 제맛이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세가 메가드라이브 미니

미정┃세가

최근 ‘용과 같이’ 시리즈의 한글화와 리메이크 작품 발표로 알려진 세가 역시 과거 게임 콘솔을 만들었다. 메가드라이브는 다른 콘솔과 마찬가지로 국내에 정식 발매는 되지 않았지만, 세계적으로 3000만 대 이상 판매됐을 만큼 인기가 높았다. ‘더블 드래곤’ 시리즈나 ‘소닉’ 시리즈 등의 타이틀도 인기를 끌었지만, 당시 닌텐도의 대작들에 묻혀 크게 흥행하지는 못했다.

사실 기자도 새턴의 부활을 좀 더 바라긴 한다.

세가 역시 오는 2019년 복각판 메가드라이브 미니를 출시하겠다는 소식을 전했다. 사실 지난 1998년 제네시스 3, 2015년 제네시스 클래식과 포터블, 2017년 제네시스 플래시백 등 복각판 발매는 세가가 가장 적극적이었다. 원래는 2018년 연내 발매 예정이었지만 복각판에 대한 북미, 유럽에서의 반응이 좋아 전 세계 동시발매를 목표로 계획을 수정했다. 게이머들은 ‘왜 새턴이나 드림캐스트가 아니라 메가드라이브냐’며 호불호가 갈리고 있지만, ‘샤이닝 포스’, ‘원더보이’ 시리즈 등 당시의 RPG가 수록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점점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다시 자라나는 요술나무, 재믹스 미니

재믹스 미니

285,000원 ┃네오팀

MSX 규격 기반의 콘솔 게임기 재믹스는 기자가 1989년 가장 먼저 접하고, 가장 오래 즐겼던 게임기였다. 오락실에서 즐겼던 ‘갤러그’(Galaga)를 집에서 하기 시작하면서 초등학교 시절 5년 가까이 재믹스와 함께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런 재믹스가 오는 2018년 끝 무렵 15cm 크기로 작아져 돌아온다. 인디 게임기를 만드는 네오팀에서 재믹스의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다우기술과 협의해, 500대의 한정 수량으로 제작한다고 발표했다. 10종의 게임이 기본 수록되고, 이후 실제 재믹스 팩을 장착해 게임을 구동할 수 있는 도킹스테이션도 출시된다.

추억의 검붉은 컬러 재믹스를 다시 만날 수 있다.

처음 재믹스 복각판의 소식이 알려졌을 때, 추억을 떠올리던 사람들은 생각보다 높은 가격에 현실로 돌아왔다. 과거의 추억을 되새기는 건 좋지만 30만 원에 육박하는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것. 네오팀은 다른 복각판 콘솔 제조사처럼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소량 생산이나 내부 하드웨어 등의 요소를 감안하면 납득할 만한 가격이다. 아마 가격이 아니라 수량이 적어 구입하지 못하는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 싶다.